아무도 찾지 않는 폐가 뒤편, 금이 간 담벼락 틈에서 이름 모를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. 햇빛은 반나절쯤만 스치듯 다녀가고, 바람은 늘 그 자리를 잊은 듯 조용히 지나쳤다. 사람도, 새도, 벌도 들르지 않는 그 고요 속에서 꽃은 묵묵히 피었다.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는 자신의 색을, 향을, 생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것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. 외로운 걸까, 아니면 오히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유로운 걸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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